우리는 어디에서 온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

7월부터 미루고 미루던 고갱전을 드디어 갔다. 두달이 빨리도 가는구나.
여하튼 주말이나 연휴에는 인파 밀릴걸 생각하니 끔찍해서 알바 쉬고 갔다. 가는동안 이런저런 삽질이 조금 있었지만.. 다 스킵하고, 이번 전시는 그냥 저 사진의 저 작품 'D'où venons-nous? Que sommes-nous? Où allons-nous?'를 실물로 봤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한다. 설마 저게 있을 줄이야.. 물론 포스터나 이런데 저 작품이 도배되어 있긴 했지만..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. 오.
지방에서 사는 관계로 이전에 샤갈전에서 제일 기대했던 작품을 [서울에서는 원본으로 전시했나보던데 본국에 다른 전시 관계로 먼저 돌아간 모양..] 필사본으로 보게 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정말 감동했다. 
게다가 근 4미터 너비를 가진 저 작품을 위해 한 공간 전체를 사용해 더욱 집중할 수 있게 되어 있었다. 약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스무여 점이 판화였던걸 생각하면 양적으로 썩 만족스러운 전시는 아니었지만 저 작품으로 올킬.
그리고 고갱의 판화는 처음 접하는 거여서 또 느낌이 새로웠다. 멋진 색감때문에 좋아하는 고갱이라 그런지 역시 흑백보다는 다색판화쪽이 더 호감이 갔다. 하지만 역시 유화 쪽이 느낌이 살긴 하더라. 


고갱의 작품 아는게 별로 없는데다가 이번 전시작품 중에선 손에 꼽을 정도.끄악.ㅎㅎ 그래도 'E Haere Oe I Hia Aka' (Where Are You Going)도 있었는데 기왕이면 'Aha Oe Feii Aka' (What Are You Jealous) 나 'Nafeaffaa Ipolpo Aka' (When Will You Marry) 요고 쪼금 기대했는데 없고. 좀 웃긴 제목의 이 타히티 아가씨들을 그린 작품이 좀 많았음 더 좋았을거 같은데 거의 없었음. 하긴 다 해서 50작인데 뭘..

그리고 당연히 몇 점 있으리라 기대했던 자화상들. 개인소장품인거 딱 하나 있고 말이야. 자화상 여러가지 많을텐데...자화상들에 쓰인 색상들이 되게 좋았었는데. 흠. 특히 그 옐로 그리스도 앞의 자화상 그거 보고싶었는데 말이지. 전체적 구성이 인물화들보다는 조금 원근적인 그림이 많았던 느낌이 든다. 인물화가 좋은데 말여.

피카소전 갔을 땐 그 페인트스러운 질감에 엄먹했었는데 고갱은 뭐 그냥 유화다운 터치들.. 조금 얇은감도 있고. 그렇게 얇은 느낌으로 하는데도 어쩜 그리 포인트포인트 색이 과감하고 적절하게 좋은지...에휴. 역시 타고남?


하여튼 뭐 하나는 건졌다는 거지. 저걸 내가 언제 또 원본을 보겠나그.ㅎㅎㅎ
오늘 간 곳은 국립근대미술관이어서 근대 작품들만 있었던 듯했고, 고갱전을 관람한 사람은 다른 소장작품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건만! 고갱전밖에 못봤다, 전차 삽질하는 바람에 늦게 도착하고 결국 시간이 없어서...으휴;;


그리고 평일 늦은 오후였는데도 관람객이 생각 외로 많더라. 특히 중장년 부인들. 부부동반인 노인분들도 꽤 보였고 말이지. 나는 절대 안 이용하지만 그 헤드폰으로 듣는 도슨트 설명 카셋트인가? 그거도 연령대 관계없이 꽤 많이 이용하는 듯했고. 서울에서 고흐랑 피카소전 봤을 땐 참 [숙제하러 온 듯한]애들딸린 어머님들이 90프로였는뎅... 

여기와서 참 신기하고도 부러운 게 자신이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나이를 자신도, 남도 신경 안 쓴다는 점이다. 카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데에서도 얼마든지 중장년분들을 볼 수 있고 큰 서점이나 극장에서도 많이 보이고 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같은 것도 하고. 라이브 공연 같은 데에서도 장년까진 아니어도 중년분들도 꽤 있고. 나 원래 살던데가 지방이라 나만 못봤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 그런게 참 좋은 거 같다. 전에도 썼지만 뭔가 즐길 거리가 있을 때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도 남도 구애받지 않고. 이게 되는 거 같달까. 뭐 속으로야 그렇게 생각안해도 군집해있는 모습을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가 맞으니까.
한국이 일본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이거일지도 모르겠네. 문화적 소스는 대부분 젊은 층이 주된 고객인 본국보다 젊은이부터 중장년층까지[특히 이쪽은 재력과 시간이 되니까] 다 고객이 될 수 있는 이곳이 끌릴 수 밖에 없겠지. 아무렴.



여하간 당연하게도 고갱전 관련 상품이 그득그득한 가운데 휩쓸려 늬녀석한테 쓸 엽서 한장 고르다가 생각해보니 후랑스 작가 그림엽서를 후랑스에 있는 니한테 보내는 것도 참 웃기겠더라고.ㅋ 그래서 저 미술관 소장 작품인 듯한 일본 작가걸로 골랐어잉. 이달 안엔 꼭 보낼게! 약속해! ㅋㅋ



 
아 그리고 사진 한장 첨가.
미술관갔던 역 근처에서 저물어가는 하늘이 이쁘게 찍혀서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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덧글

  • 카쿠몬 2009/09/26 15:47 # 답글

    좋다~ 여기도 미술관은 언제나 붐비는 것 같더라. 어린이 도서관은 평일에는 진짜 한산한데;;
    나는 알바하는 지척에 미술관, 박물관인데 막상 알바하는 날에는 알바하느라 못 보고, 안하는 날에는 알바도 안하는데 우에노까지 나가기 싫어서 안 가고.. ㅠㅠ;;
  • casket 2009/10/06 16:23 #

    쫌 가렴!!ㅎㅎ 진짜 근데 지척에 있으면 더 안가지지.. 맨날 가는델 휴일에 또 가야하냐는 딜레마.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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